임상사례: 딜런

 

몇 년 전에 세 살짜리 아들 딜런의 일로 셸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셸리는 “아들이 교사와 원생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는 유치원 교사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딜런의 아버지 체트는 일 년 전에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셸리는 슬픈 눈으로 병세가 악화되는 남편이 딜런을 막 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처음에 셸리는 체트가 아파서 딜런을 막 대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것이 체트가 가족을 남겨두고 떠날 준비를 하는 그만의 방식임을 알았다. 셸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제로 체트가 그렇게 말했어요. 왜 그렇게 딜런을 막 대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딜런이 나를 싫어한다면 나 죽은 다음에 그 애가 더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했어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녀는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아팠어요.”라고 나지막한 소리로 덧붙였다. 그녀는 지난 몇 달간 딜런이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고 했다. 딜런은 대소변을 지리기도 하고 자주 악몽을 꾸고, 달래기 어려울 정도로 울어댔다. “우리는 딜런에게 아빠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애도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 챈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다음 주 상담 약속을 잡고 첫 번째 전화 통화를 마쳤다.

약속 시간에 저자는 놀이치료실로 들어갔다. 딜런은 의자 뒤에 웅크리고 있었다. 저자는 엄마가 공동 치료자의 도움을 받아 상담 신청서를 작성하는 동안 딜런을 관찰하였다. 딜런은 의자 뒤에 숨어 있다가 고개를 내밀고 엄마에게 총을 쏘는 시늉을 하고는 다시 의자 뒤로 숨었다. 저자는 셸리와 인사를 나누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에 놀이치료실로 들어가 두 개의 장난감 상자 앞으로 가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딜런을 생각하면서 장난감 상자를 뒤지며 그 애와 같이 놀기에 적합한 장난감을 골랐다. 엄마와 공동 치료자는 관찰실로 갔다. 딜런은 계속 의자 뒤에 숨어서 저자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저자가 뒤를 돌아보자 몸을 낮추고 숨었다.

같이 놀자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저자는 혼자 놀기로 작정했다. 저자는 그가 저자를 보고 자신이 외톨이가 되어 혼자 놀던 느낌이 떠오르기를 바랐다. 저자는 그 동안 거절당했던 때를 떠올려 보았다. 저자의 마음이 그 상태가 된다면 딜런과 마음이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저자가 장난감을 하나를 꺼내서 한창 동안 가지고 놀다가 다시 다른 장난감으로 바꾸어 노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저자는 마지막에 나무로 된 기차를 선택했다. 기찻길을 몇 개 연결하고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천천히 기차를 밀었다. 기차가 기찻길 끝에 도착했을 때 장난감 상자에서 기찻길을 더 꺼내지 않고 저자는 “칙칙폭폭, 이런! 기찻길이 끝났잖아! 어떡하지? 칙칙폭폭”하고 중얼거렸다.

딜런이 숨어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저자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장난감 상자로 달려와 기찻길을 하나 집어 들고 내가 만든 기찻길에 연결하고 다시 의자 뒤로 사라졌다. 저자는 “와, 하나가 더 생겼네!”라고 하면서 천천히 기차를 앞으로 밀었다. “칙칙폭폭…” 저자는 새로 연결된 기찻길의 중간쯤에서 “오 이런!”을 반복했다. 그러면 딜런이 의자 뒤에서 튀어나와 기찻길을 연결해주었다. 이번에 그는 뒤돌아가다가 저자의 등을 쾅쾅 쳤다.

우리는 몇 번 더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딜런은 저자 곁을 지나칠 때 등을 점점 오래 쳤다. 그는 더 이상 의자 뒤로 숨지 않고 기차 옆에서 기찻길을 연결할 차례를 기다렸다. 그는 집에서 술래잡기하는 것처럼 들떠 있었다. 그는 한 손을 저자의 어깨 위에 올려놓고 다른 한 손으로 새로운 기찻길을 연결했다. 마침내 그는 저자의 무릎에 앉았고 계속 그 자세로 기찻길을 놓았다. 그는 서서히 긴장을 풀고 큰 소리로 웃으며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그 회기의 후반부를 이렇게 보냈다. 딜런은 저자의 무릎에 앉아서 자신이 연결한 기찻길을 보면서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과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집에서 있었던 일도 이야기하였다.

어린 아동의 치료는 아동과 치료자의 상상력을 이용하여 상징적인 놀이를 하기 때문에 치료 장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딜런은 엄마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딜런은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과 혼돈을 엄마가 막아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저자에게 맨 처음에 한 행동을 통하여 딜런은 “당신에게 내가 중요한가요? 내가 필요한가요? 나를 원하세요? 나는 안전한가요?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이 또래 아동에게 이런 질문은 모두 다 같은 한 가지 질문이다.

딜런에게 낯선 사람인 저자는 혼자 놀이를 하면서 저자를 관찰할 기회를 주었다. 저자가 기찻길을 연결하도록 그를 유도한 것은 그에게 능력과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준 것이다. 그가 저자를 때려도 보복하지 않는 것을 알고 점차 다가와서 저자가 안전한 사람인지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인지 시험하였다. 그와의 놀이는 친밀감, 연결, 애착의 댄스가 되었다. 저자를 안전하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말과 몸으로 접촉하였다. 그는 자신이 잃은 것과 아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딜런은 퇴행-부모 때문일 것이다-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시냅스를 통하여 저자가 보낸 메시지를 잘 받아들였다. 그가 잘 받아들였기 때문에 소통의 통로는 비교적 쉽게 복구되었다.

그러나 딜런은 소통이 단절된 가정의 일부일 뿐이었다. 딜런과 마음을 연결하고 나서 저자는 아내와 아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하는 체트를 돕고 싶었다. 저자는 체트가 사망한 수에 딜런과 셸리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셸리는 저자가 딜런과 친해진 것에 고무되어 체트도 상담해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체트를 상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체트는 병상을 떠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위로가 될 만한 친척이나 목사를 거부했으며, 특히 상담사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 그래도 셸리와 저자는 체트의 상담을 약속했다. 저자는 체트가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방문하였다.

저자가 그의 방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해골 그 자체였다. 그는 저자를 피하려고 얼굴을 담요로 덮었다. 그는 저자를 한두 번 힐긋 쳐다보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저자는 놀이치료실에서 딜런에게 느꼈던 그 기분을 다시 느꼈다. 이번에는 체트와 저자를 연결해줄 기차가 없었다. 체트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식상한 말이나 미사여구로 위로받았을 것이다. 저자도 그런 말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꾹 참았다. 잠시 조용히 앉아 있다가 딜런을 상담한 내용과 저자가 딜런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들려주었다. 또한 아들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있고 딜런이 아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었다.

체트는 나직하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슬픔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 친구들, 아내, 의사, 신에게 분노했다. 그는 죽음을 앞둔 몇 년 동안은 딜런에게도 분노했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종이컵을 응시하다가 천천히 꽉 움켜쥐었다. 물이 줄줄 흘러내려 침대에 떨어졌다. “나도 알아요,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단지 운이 없어서 죽는다는 것을 알아요.” 저자는 그의 분노에 슬픔으로 반응했다. 저자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저자의 눈물을 보자 체트도 울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 동안 같이 울었다. 우리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같이 앉아 있었다. 체트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저자에게 아내를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딜런이 태어난 일을 이야기하였다.

체트가 사망하기 전까지 저자는 몇 번 더 그를 상담했다. 그를 침묵하게 만든 것은 분노였다. 저자는 그에게 분노할 기회를 주었다. 그러자 곧 그는 가족, 친구, 딜런과 작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아들과 놀아주고 아내와 함께 한 지난날을 회상하고 자신이 떠난 후의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안타깝게도 젊어서 죽었지마 그나마 이렇게 죽음을 맞이한 것은 다행이었다.

저자가 딜런과 체트를 상담하는 동안 저자의 사회적 뇌는 바쁘게 움직였다. 저자는 그들의 움직임, 표정, 시선을 주목하고, 목소리 톤과 리듬에 귀를 기울였다. 저자가 그들의 감정을 같이 느낄 때 저자는 첼로의 몸통이고 그들은 첼로의 줄이었다. 저자는 그들이 표현한 감정과 느낌을 공명하였다. 저자는 저자가 그 상황이라면 어떤 마음일지 떠올려보며 그들에게 맞춰 조율하였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저자는 딜런의 발달 수준과 이해 수준에 맞는 상호작용을 위해 저자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았다. 저자 안에 있는 부모 본능이 발동하여 딜런의 고통을 달래고 위로하였다. 그가 저자를 편안해하자 저자의 몸도 이완되었다. 체트에게는 완전히 다른 저자가 필요했다. 저자는 체트의 잔인한 운명과 죽음을 같이 맞이해야 했다. 우리 둘 다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우주에 기거하는 인간들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루이 코졸리노, 뇌기반 상담심리학의 이론과 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