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사람은 출생 당시 뇌가 미숙하기 때문에 탯줄이 끊긴 후에도 오랫동안 엄마에게 매달린다. 갓난아기의 새로운 세계에서 엄마를 비롯한 양육자는 가장 두드러진 자극이며 초기 학습의 중심축이다. 아기가 양육자에 대해 처음으로 배우는 것은 양육자가 자신을 얼마나 안전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것인가이다. 부모의 양육 기술은 공감능력, 정서적 성숙, 그리고 어렸을 때 어떻게 대우받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부모가 어렸을 때 대우받은 방식은 부모의 암묵적인 사회적 기억 속에 들어 있다가 자식에게 같은 시스템으로 전수되기 때문에 부모의 아동기 때 경험이 대물림되며 아동이 직면하는 첫 번째 현실은 부모의 무의식이다.

애착도식은 양육자와 함께 한 초기 경험이 담긴 암묵적인 사회적 기억이다. 그러므로 애착도식에는 초기 학습의 역사가 담겨 있을 것이며, 이 역사가 안와전두피질과 편도체를 경험의존적으로 연결하고, 각성과 감정을 조절하는 많은 연결고리를 만든다.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이 안전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는지, 불안하고 두려운 느낌이었는지는 이 회로에 저장된다. 애착도식은 자녀에게 그리고 자녀의 자녀에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준다. 긍정적인 애착도식은 조절, 성장, 면역기능을 촉진하는 생화학적 환경을 조성한다. 이와 상반된 부정적 애착도식은 일생에 걸친 신체적, 정서적 질병의 발병률과 상관관계가 있다.

원숭이는 세대 간 애착 패턴이 유사하다. 원숭이 새끼가 어려서 받은 접촉의 양으로 새끼가 어미가 되었을 때의 모성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Champoux et al., 1992; Fairbanks, 1989). 인간의 애착도식은 일생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성향이 있지만 연구과 일상적 관찰에 의하면 변화할 수 있다(Cicchetti & Barnett, 1991; Waters et al., 2000). 인간 부모는 원시적인 측변에 나중에 진화한 애착과 사랑이라는 인지적, 정서적 요소가 추가되었지만 부모노릇을 하게 하는 생리적 측면은 원숭이나 침팬지와 유사하다(Mason & Mendoza, 1998). 인간은 애착도식과 관계를 맺는 행동을 수정하겠다고 결심하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수정할 수 있다(Suomi, 1999).

애착 측정 1: 가정에서 모아 상호작용 관찰

애착 연구의 첫 단계는 모아 상호작용을 측정하는 신뢰할 만한 관찰법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을 방문하고 자연스런 상황에서 모아 상호작용을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범주화하였다. 이러한 관찰을 통하여 (1) 자유/자율형, (2) 배척형, (3)집착-양가형, (4) 와해형이라는 네 가지 포괄적인 모아 애착 패턴이 발견되었다(Ainsworth et al., 1978; Main & Solomon, 1986). 각 범주별로 어린 자녀와 상호작용하는 엄마의 행동/태도/소통 방식에 차이가 있다.

자유/자율형의 엄마는 아동의 느낌과 욕구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아동은 필요할 때 엄마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엄마들은 자녀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한다. 배척형의 엄마는 아동을 거절하고, 아동과 거리를 두고, 아동은 엄마를 이용하기 어렵다. 양가형의 엄마는 자녀에게 집착하지만 일관성이 없고, 아동도 엄마를 일관성 있게 이용하지 못한다. 와해형의 엄마는 자녀를 갈등 상황에 빠뜨린다. 와해형 엄마는 자신이 겁에 질린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자녀에게 겁을 주기도 한다. 이런 엄마에게는 대체로 힘든 외상이나 미해결된 슬픔이 있다.

애착 측정 2: 유기, 스트레스, 재회

애착 연구의 그다음 단계는 엄마의 자녀들에게 어떤 애착행동이 나타나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아동의 애착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영아의 낯선 상황(ISS: infant strange situation)이라는 기법을 개발하였다. ISS는 실험실에서 실시한다. 처음에 엄마와 아기는 같은 방에서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잠시 함께 머문다. 그다음에 낯선 사람(대체로 연구자 중 한 사람) 이 이들에게 합류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와서 곁에 앉는다. 그 후 잠시 엄마는 같이 있다가 낯선 사람과 함께 있는 아동을 놔두고 방을 나간다. 그다음에 잠시 후 엄마가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엄마가 돌아왔을 때 아동이 엄마에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엄마는 의자에 등을 대고 앉는다. 이 방법은 야생에서 원숭이 어미와 새끼를 관찰한 볼비의 연구를 토대로 한 것이다. 볼비는 어미가 없을 때 낯선 원숭이가 나타나면 새끼들이 불안해하며 애절하게 어미를 부르는 것을 목격가였다(Ainsworth et al., 1978). 이 방법은 분리 스트레스가 있을 때 애착도식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가정하고 애착도식을 측정하기 위해 낯선 상황을 선택한 것이다.

ISS는 엄마가 돌아왔을 때 아동이 엄마에게 하는 재회행동을 평가한다. 연구자들은 재회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상호작용을 관찰하였다.

  • 아동은 위안을 얻기 위해 엄마를 찾는가? 엄마를 무시하는가?

  • 아동은 엄마에게 다가가는가? 멀리 그대로 있는가?

  • 아동은 쉽게 진정되는가? 진정되기 어려운가?

  • 아동은 놀이로 복귀하는가? 계속 불안해하며 엄마에게 매달려 있거나 놀이에서 철수하는가?

이러한 행동들이 ISS 채점 체계의 초점이다. 그 이유는 이러한 행동에 아동이 엄마를 피난처로 생각하는지, 엄마가 자신을 진정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아동의 암묵적인 기대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찰을 통하여 아동의 행동은 (1) 안정형, (2) 회피형, (3) 불안-양가형, (4) 불안전-와해형 이라는 네 가지 범주로 분류되었다. 아동의 재회 행동과 엄마의 애착 유형은 강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안전형 - 약 70% 정도 - 인 아동의 엄마들은 일반적으로 자유/자율형이었다. 엄마가 돌아왔을 때 안전형 엄마의 아동은 엄마에게 다가가고 빨리 진정되며 곧바로 탐색과 놀이로 돌아갔다. 이러한 아동은 엄마가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도움을 주며 자신의 자율성을 격려한다고 기대하였다. 이들은 힘들 때 엄마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안전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안전하게 애착관계를 형성한 아동은 내면화된 엄마에게 위안을 얻고 다른 곳을 탐색하는 동안에도 안전감을 느끼기 위해 내면화된 엄마를 사용하였다(Stern, 1995).

회피형으로 분류된 아동의 엄마들은 배척형인 경향이 있었다. 아동은 엄마가 돌아왔을 때 엄마를 무시하였다. 이런 아동은 엄마 쪽을 흘긋 보거나 엄마와 눈이 마주치는 것을 회피하였다. 이런 아동은 엄마 쪽을 흘긋 보거나 엄마와 눈이 마주치는 것을 회피하였다. 낯선 사람 때문에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아동은 엄마가 자신을 진정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이들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들은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지라도 엄마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고 자신을 밀어낸다는 것을 배운 것 같았다.

불안-양가형으로 분류된 아동은 엄마가 돌아오면 다가가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고 놀이로 복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들은 엄마에게 매달려 있거나 엄마를 일관성 없이 활용하였으며 엄마가 힘들어하기 때문에 이들의 스트레스는 엄마로 인해 더욱 악화되었다. 이들은 놀이로 복귀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감정 무조절 상태도 오래 갔다. 이것은 이들은 엄마의 불안을 내면화하여 이들에게는 피난처가 없었다. 이런 아동은 엄마에게 매달리고 주변을 탐색하지 않으려 하였다.

와해형으로 분류된 아동은 관찰하기에 흥미롭지만 슬프기도 하였다. 엄마와의 재회 시 이들은 종종 혼란스러워하고 자해 행동을 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빙빙 돌다가 바닥에 쓰러지고 자기 몸을 때리기도 하였다. 이들은 자기를 어떻게 진정시켜야 할지 몰랐다. 이들은 멍한 표정을 하고 얼어붙은 듯이 한 곳에 가만히 있거나 계속 불편한 자세로 있었다. 이런 모습은 안전을 위해 엄마에게 다가가다가 다시 안전을 위해 엄마를 피하는 것 같았다. 그 결과로 발생한 내적 혼돈은 조절되지 않아 이런 아동들은 적응력과 대응력, 심지어는 운동능력도 저조했다.

애착 연구에서 와해형 애착 패턴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나왔다. 와해형의 혼란스런 행동은 미해결된 외상이나 슬픔을 지닌 엄마의 아동에게서 종종 나타났다. 미해결된 외상이 있는 엄마들은 다양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있고 해리 같은 원시적인 방어기제를 사용하였다. 엄마의 행동에는 엄마의 내적 세계가 혼란스럽다는 증거가 없을지라도 엄마의 혼란은 아동의 행동으로 나타났다. 엄마의 애착 유형에 상관없이 엄마가 아동에게 겁을 주면 아동이 와해형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는데(Schuengel et al., 1999), 이것은 낯선 상황 연구에서도 발견되었다.

애착도식은 의식할 수 없는 암묵적 기억이다. 애착도식은 사회적 뇌에 저장되어 있다가 타인의 행동을 예측할 때 사용된다. 그러므로 애착도식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을 ‘창조’하고 사람에 대한 반응을 무의식적으로 안내한다. 초기의 애착도식은 성인기까지 유지되며 파트너의 선택과 관계의 질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초기 애착도식은 관계를 넘어서 정서적인 삶, 면역기능 및 자아개념에도 영향을 준다.

-루이 코졸리노, 뇌기반 상담심리학의 이론과 실제